РККА Ставка 이글루스 지부

PKKA1918.egloos.com

포토로그



존 키건의 『세계전쟁사』에서 유의할 점 책 잡설

키건의 『세계전쟁사』가 가진 명성, 즉 전쟁을 문화적 현상으로서 고찰하는 이른바 "신군사사"(New Military History)의 대표저작임은 알고 있었지만 전쟁의 문화적 이해라는 테제가 오랫동안 관심대상이 아니었던 관계로 관련저서를 거의 읽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관심 대상이 아닌 것에도 지적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가 매우 의문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키건은 클라우제비츠의 명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을 전쟁을 문화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비판하고 있는데, 단지 학술적인 비판일 뿐만이 아니라 클라우제비츠의 명제가 자기가 의도하지 않게 전쟁을 더 잔인하게 만들면서 대량살상을 일으켰다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키건이 그 예로 든게 비정규전이었습니다.


키건은 마오쩌둥의 게릴라 전술과 티토의 빨치산 투쟁에 대해 그러한 비정규전이 적의 보복행위에 개의치 않음에 따라 적의 무자비한 대처를 자초하고, 포로를 전쟁규약 준수 없이 마구잡이로 처형하며,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비난했습니다. 키건은 이 때문에 알제리 독립투쟁을 "아래로부터의 재무장화의 가장 커다란 비극"이라고 공격하였으며, 결국 비정규전으로 승리한 이들은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유고연방의 붕괴와 민족전쟁, 알제리의 빈곤국가화라는 종착점을 맞이하여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키건은 "사실 평화롭고 법에 순종하는 시민들에게 억지로 무기를 들려, 그들의 의지와 이익과는 상관없이 피를 흘리도록 강요하는 인민전쟁의 경험은 말할 수 없이 경악스러운 것이었다."라고 말하며 "서방 국민들 대부분, 특히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러한 경험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키건의 비정규전에 대한 시선은 이 대목으로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위로부터의 재무장화를 시도했던 부유한 국가들은 평화를 그들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밑으로부터의 재무장화로 고통을 받은 가난한 국가들은 그 귀중한 선물을 경멸하거나 비방한다."


존 키건의 이러한 주장의 맥락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정치의 연장" 명제에 따른 전 유럽의 군사화가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해석과 일맥상통합니다. 즉 키건은 인민, 또는 국민의 무장이라는 개념이 대량살상만 부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사실 영국인이 아니고서야 불쾌함을 자아낼 수도 있는게, 당장 키건이 비난한 빨치산의 자리에 독립군을 넣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만 아니더라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레지스탕스, 폴란드 국내군을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키건은 4가지 사례만 제시하며 다른 비정규전 사례를 넣지 않은 채 이러한 결론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좀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키건의 말에 따르면 간도 참변 같은 사태는 독립군이 전쟁규범을 지키지 않고 현지 조선인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만 보아서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투쟁한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쓰고 보니 존 키건이 1920년대에 활동했다면 일제의 입장에서 독립군을 비난하는 서술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이는 키건의 개인사의 영향도 있을 것 같습니다. 키건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났는데, 집 근처가 바로 샌드허스트 영국왕립육군사관학교였습니다. 키건은 사관생도들을 보며 살았고 자신이 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존경했던 경험이 자신이 군사사를 연구하는 계기였다고 책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히 키건이 자신이 존경하고 동경하는 영국군의 "적"인 말레이 반도 게릴라나 IRA 게릴라에 대한 적대감이 비정규전 전반에 대한 적대감으로 확대되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거장으로 칭송받으며 군사사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러한 시선은 불쾌함과 의혹을 자아냅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13579


이 링크의 장정일의 비판도 읽어보면 좋습니다. 장정일은 사실 시선이 매우 삐뚤어진 작가지만, 장정일의 키건 비난이 아주 근거없는 비난은 아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덧글

  • 미키맨틀 2019/02/07 01:20 # 삭제 답글

    키건의 시선은 영미권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같습니다.
    독소전쟁 중 양측의 비인도적인 전쟁범죄도 인종주의 영향같다며 여겼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