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건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 비판론》가져다두고 써야 하는데 아직 이걸 제대로 안보고 옆에 두지도 않아서 대충 씁니다. -_- 돌이켜 보면 이것도 논문이나 서적이 아닌 경험주의에 기반해서 참;;
물론 군사 분야에서 직접경험을 한다는게 나쁜건 아닙니다. 충분히 관심있지만 겪어보지 못한 부분을 경험한다는거 좋은 거죠.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더 나가지 못하면 경험에 갇혀버린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직접경험은 책이나 말을 통해 얻은 간접경험보다 더욱 몸과 마음 양쪽에 오래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경험으로 얻은 지식과 인식은 간접경험(=공부)를 통해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부가 없는 상태에서 직접경험을, 그것도 직접경험을 통해 잘못된 지식과 인식을 받아들이면 그러면 정말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직접경험만으로는 극히 제한된 내용만 얻게 되고 제한된 시야로 사안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국내 밀덕계 환경과 징병제 국가의 특성 상 아무레도 여러 방면에서의 논의 주체가 군필 밀덕이 그 주를 차지할 수 밖에 없고 (중고딩 밀덕이 더 많긴 하지만 대게 그냥 무기 사진 올려놓고 낄낄거리는 수준이고 주도적인 역할은 못하니) 대게 군필자의 시각에서 군사 정책이던, 군사 무기던, 군사사건 논의가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군 경험은 사실 힘들기 짝이 없는 경험이고 군 복무에 대한 피해의식 및 국군 전체나 세계 군대 조직 전체에 대한 피해의식과 부정적 인식으로 엇나가는 인식과 지식을 형성하고 모든 군사 문제와 군사적 상황들을 이런 인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생활 특성 상 대부분 사병으로 군필을 한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사병으로서의 군사학 및 군사 정보 및 군사 무기 이해는 아무레도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좁은 시야를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사술로 치면 전투/전술 수준의 논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사실 사병으로서 전술/전투 수준보다 더 낮은수준이지만) 전역/작전술, 전쟁/전략 수준의 논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군 환경이던간에 사병은 힘든 경험을 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피해 의식이 생겨 버립니다. 특히 이제까지 악습이 많았던 국군이라면 더 크지요. 문제는 이렇게 힘든 경험을 통해 형성된 피해 의식과 군필 경험에 대해 공감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군사 계통에서의 논의와 해석을 좁혀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군사과학과 무기체계 논의 중 무기체계의 논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밀덕들이 그 무기를 직접 다뤄 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무기체계 논의가 더 공감이 가기 때문에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전사에서도 개별 무기체계에 대한, 다소 과도해 보이는 정도의 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작전술의 시야로 보면, 작전술적 목표 달성에 중대~ 대대급 전투의 향방에 목숨을 거는 건 너무 좁은 것이거든요.
그리고 군사 정책과 군사 무기, 군사사에서의 군필로서의 피해 의식 발의와 공감가는 것을 따르는 것은 오류를 수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로 '윗놈들'에 대한 피해 의식은 군사사 논의를 극히 왜곡시켜 버립니다. 모든 군사과학적 성과와 업적을 일반 사병의 눈으로서 무의미한 것으로 결론내릴 확률도 크며 패배의 원인을 모두 지휘부의 잘못으로 찾는 등 사병의 눈으로서 너무 제한된 것만, 어찌 보면 입맞에 맞고 피해 의식을 발산할 수 있는 부분에서 군사사를 보려 하는 겁니다.
그럼 작전술적, 전략적 경험을 가진 덕을 모으면 되지 않느냐? 예 이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작전술적, 전략적 제대 지휘 경험이 계신 분들은 다 현역. 퇴역 장성들, 사병들이 '똥별이라고 증오해 마지 않는' 어르신들인데 어떻게 인터넷을 하고 밀덕 커뮤니티에 들낙거리겠습니까 ㅠㅠ
이런 직접경험만으로 모든 걸 해석하다가 극단적인 찌질이가 되버린 사례는 신보군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는 바로 히틀러가 있겠습니다. 히틀러는 1차 대전에서 사병으로 참전했고 군 상층부에 대한 엄청난 피해의식, "나와 전우들이 참호에서 구를 동안 장군참모대학 나온 놈들은 펜대만 굴리고 있었다."라는 의식이 뿌리밖힌 채 국방군을 대했고 그 결과 숱한 문제점이 일어났으며 또 국가 지도자가 신경쓸 문제가 아닌 전차 주포 관통력 문제를 물어보는 등 지나치게 미시적인 것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시야를 좁히지 말고 피해의식에 갇히면 안된다는 겁니다. 군사 관련 모든 것은 그런 식으로 해석하려다가는 오류가 한도 끝도 없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훌륭하고 검증된 논문과 서적을 읽고 경험자의 발언에 피해의식과 오류가 섞여 있으면 걸러 듣고 검증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회오리 33이 북한군 출신이라고 얼마나 신뢰를 받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 물론 군필자분들을 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전경이지만 만기 전역했어요.
덧글
과달카날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참모를 압박하면서, "네가 실전을 알긴 아냐"
2. 신보군이야 이제는 웃음거리로 전락했지만 신**는 정치판 주변을 맴돌며 "모스크바를 점령한 구데리안의 전차군단" 타령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