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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글루스를 시작하며




1. 본 이글루는 소련군 작전술의 발전사 연구를 중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2. 본 이글루 주인장은 이 책의 역자입니다.


현재 전자화 되었으며 다음의 링크에서 판매 중입니다.

3. 조아라와 문피아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자작소설 『경성활극록』을 연재중입니다. 

4본 이글루는 대조국 전쟁(독소 전쟁)은 데이비드 M. 글랜츠를, 조선사는 오항녕 교수의 역사관을 따르고 있습니다.

5. 본 이글루는 상당히 소련 편향적인 자료가 많이 올라올 것이고 주인장의 내공이 부족하여 다른 이름 있으신 분들의 피드백이 필수적일 것이라 올라오는 글들을 곧이 곧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6. 본 이글루는 각주, 미주, 참고문헌 목록의 제시를 좋아합니다




7. 본 이글루는 대륙견공과 환국신민 파시스트들을 사절합니다. 








8. 본 이글루는 소련 편향적이지만 위와 같은 선생들도 사절합니다.

9. 이글루스에 상주하는 묻 이름 있으신 분들과의 교류를 바랍니다. 굽신굽신







『무장친위대 전사록』: 시대착오적인 무장친위대 찬가 책 잡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 특히 나치당의 사병조직이라 할 수 있는 무장친위대는 대량학살과 절멸이라는 전쟁범죄의 주체인 동시에, 영미권 하위문화의 인기소재였습니다. 냉전의 동서대립과 극렬한 반공주의로 인해,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는 절멸과 대량학살을 주도한 범죄집단이 아닌 유럽 기독교 세계를 "아시아적 야만" 소련 공산주의로부터 수호하며 명예롭고 영웅적이며 높은 교환비를 통해 효율적으로 싸웠음을 증명한 전문군인들로만 조명되었습니다.


그러한 신화의 정점은, 1985년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무장친위대 전몰자 70여명이 묻혀 있는 비트부르크 묘지를 참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신화는 동서대립이 해소되고 반공주의가 약해지면서 여러 학자들의 노력으로 붕괴되었지만, 영미권의 밀리터리 서브컬쳐에서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연구자로 서브컬쳐의 독일군 애호 경향의 기원과 그것이 역사인식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탐구한 저작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원제 『동부전선의 신화』)는 영미권 서브컬쳐의 무장친위대 애호가 팬보이들이 무장친위대의 모든 것에 탐닉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멜서와 데이비스는 이 팬보이들 중 전문 역사가가 아니면서도 단순히 팬심만으로 책을 쓰고 영미권 인터넷상의 다른 팬보이들의 열광을 받는 Guru(한국어판 번역 "본좌")로 칭하는데, 이들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저자들은 전투, 날짜, 제복, 훈장, 약장에 관한 세부사항과 박진성에 기울이는 세심한 주의를 영웅적 에토스에 아로새겨진 편향되거나 수정주의적인 역사적 맥락과 결합한다. 아니면 역사적 맥락이랄 것이 전혀 없다. 또한 그들은 일종의 도상학적 효과를 지니도록 자기 책의 본문에 –부대의, 전투 장면의, 여러 개인의– 사진을 많이 끼워넣는다. 용어, 즉 독일군 계급, 차량 명칭, 훈장도 마찬가지여서, 늘 독일어 원어로 표기되며 토템적 가치도 지닌다. 책 제목도 낭만성을 자주 띤다. 몇 개만 들면, ‘플랑드르의 사자’, ‘유럽 북방인 전사’, ‘강철의 기사’, ‘동방을 향한 질주’, 이런 식이다. 눈길을 끄는 책 표지 그림은 한결같이 영웅적 자세를 하고 있는 사나이들의 낭만화된 모습인데, 이 모습은 그 사나이들을 찬미하고 책의 논조를 처음부터 독자에게 확실히 드러내준다. 그 논조란 동방에서 벌어진 전쟁의 특징이었던 진정한 참상에 관한 논쟁을 일절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책까지 쓸 정도의 열성 팬보이들의 특징은, 팬보이질을 위해 전쟁 당사국의 국방부 문서보관소를 방문하며 1차 사료들까지 참고하는 엄청난 열성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건데 "본좌" 중 한 명인 마크 여거라는 자는, 독일의 베를린 연방자료보관소와 문서보관소, 워싱턴의 국립자료보존소, 런던의 제국전쟁박물관, 심지어 프라하의 군사사자료보존소까지 방문하며 무장친위대에 관한 1차 사료를 탐독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이 비정치적이며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나치즘 조직을 애호하니 극우 나치 파시스트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나치가 아니며, 오직 뛰어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팬보이질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몇몇 극우 성향 팬보이들은 그런 말도 쓰지 않고 노골적으로 극우 인종주의를 떠받듭니다.


이러한 무장친위대에 대한 애호 경향은 미국과 일본의 서브컬쳐를 거쳐서 우리나라에도 없지는 않습니다. 친위대 군인 개개인의 전투력을 조명하고 친위대 사단들을 블로그에 일일히 쓰고 있는 사람들은 쉽사리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요. 


그러나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인터넷 음지에서만 남아 있는 것이었고, 그게 바람직한 것이었는데, 이걸 양지로 내민 책이 한 권 작년에 나왔습니다.


바로 『무장친위대 전사록』입니다. 


『무장친위대 전사록』은 부제인 "하리코프, 쿠르스크"가 말해 주듯이, 대조국 전쟁에서 1943년 2월부터 7월에 이르는 제3차 하리코프 공방전부터 쿠르스크 전투에 이르기까지, 무장친위대 기갑군단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저자는 전문학자가 아닌 외교관 출신으로, 오랫동안 독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일생의 대부분을 외교관으로 보낸 저자는, 2014년에 롬멜을 추앙하는 기사를 쓴 것 외에는 관련한 활동을 보이지 않다가 2019년에 책을 내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2016년부터 원고의 출간기획이 시작된 것으로 압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멜서와 데이비스가 비꼬듯이 표현한 "본좌"에 딱 적합한 인물입니다. 『무장친위대 전사록』은 아마 국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도서 중 국내 저자가 쓴 것 중에 유일하게 독일 측 1차사료를 참고문헌으로 표기한 저서일 것입니다. 그만큼 저자는 무장친위대의 전투활동을 재구성하는데 놀라울 정도의 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철저히 비정치적인 저작임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정치적"인 무장친위대의 대량학살과 나치즘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그의 관심사는, 무장친위대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뛰어난 전투부대인지, 그리고 무장친위대 기갑군단 소속 장교들과 병사들이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헌신적이고, 얼마나 멋지고, 얼마나 열성적이고, 얼마나 리더십 넘치는 군인 중의 군인들인지 묘사하는 데 두꺼운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무장친위대를 위대한 군인 집단으로 묘사하기 위해 독일연방문서고의 1차 사료들을 탐독해 왔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무장친위대가 악조건 속에서도 치른 훌륭하교 효과적인 전투들이며,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무장친위대가 나치즘 조직이었다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오직 그의 영웅들만 중요합니다. 


저자의 책을 통해 대조국전쟁의 전장은 슬라브 인종 전체를 미개하다는 이유로 없애버리려는 침략적 절멸전쟁이 아닌 뛰어난 전문군인들이 활약하는 곳으로만 조명됩니다. 이런 서술로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를 절멸이 맥락에서 분리시키는 것으로, 이러한 서술은 볼프람 베테, 오메르 바르토프 등의 주요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저작들로 극복하고 반박하려던 서술이었습니다. 저자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냉혹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입니다. 국내에서 나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인 책이며, 저자가 이런 걸 쓰려고 발휘한 열성은 그저 헛된 것이었다는 감상을 느낍니다. 디테일하기는 하지만 그 뿐입니다. 그 디테일은 그저 그가 애호하는 집단을 찬양하기 위한 재구성일 뿐, 순수히 군사사의 연구에서 보더라도 무장친위대가 "왜", 그리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싸웠는지 분석하지 않고 그저 전투경과를 늘어놓고 개개인을 추앙하기 위한 디테일일 뿐입니다. 


저자는 그래도 극우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닌지 영미권의 관련 저자들이 보여주곤 하는 인종주의적 색체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무장친위대를 나치즘과 분리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런 책은 "~의 리더쉽을 배우자"류의 영웅전기 서적들보다는 가치가 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욱 악서로 보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책은 출간되고 나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그만큼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8월의 폭풍』이 연구서에 인용되었습니다. 8월의 폭풍



인용된 서적은 한양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소속 김세준 교수의 『조선인민군: 북한 무력의 형성과 유일체제의 기원』(한양대학교출판부, 2020)입니다. 

제가 번역한 책이 연구자의 참고문헌으로 쓰이며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아주 기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연구자들이 참고해 준다면 그만한 영광이 또 없겠습니다.

『동부전선의 신화』가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로 출간되었습니다. 군사학 잡설



한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는 PC통신 하이텔 군사동과 잡지 『취미가』창간호가 나오던 시절부터 적어도 2010년대 극초반까지 국내에서 효율성과 간지의 상징이었습니다. 유연함의 극치인 임무형전술, 장군참모대학의 철저한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유능한 장교단, “전격전”이란 용어로 대표되는 기갑지휘, 미하엘 비트만과 오토 카리우스로 대표되는 전차 에이스, 뛰어난 전투효율을 입증해 주는 것 같은 '교환비', 티거와 판터, 쾨니히스티거를 비롯한 간지나는 기갑차량과 Bf109, Fw190을 비롯한 전투기, 회고록이 세 개나 번역되어 있는 유보트, 그리고 간지나기 이를 데 없는 군복까지.



이런 독일군은 국내에서 오랫동안 팬덤을 구축하였고, 국내 인터넷상 군사 분야 인식에 이러한 인식을 만들었습니다.



만슈타인, 구데리안, 롬멜을 비롯한 독일군의 장교단과 병사들은 나치즘과 무관하게 조국 독일을 위해 싸웠으며, 전쟁을 제대로 모르는 정치가 히틀러의 간섭에 저항했고, 적국인 미군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훌륭한 전투력을 보여주었으며, 홀로코스트와 무관한 존재라고 말입니다. 미국과 일본에 만연한 "깨끗한 국방군 전설"이 바로 이것입니다.



국군 장교단 또한 이러한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냉전의 최전선에 있던 집단인 만큼 그런 군사적 효율성을 자랑하는 “명예로운 군인”의 표상에 관심과 애정을 표했습니다. 예컨데 구데리안 회고록 국내판에 달린 국군 기계화학교장의 추천 서평은 구데리안을 나치와 무관하고 홀로코스트에 반대한 인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완전히 허구임을 드러내는 서적들이 국내에서 출간되어 퍼지면서 더 이상 인터넷상에서는 이게 주류적인 설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라울 힐베르그의 기념비적인 홀로코스트 연구서와 고려대 최호근 박사의 서적은 독일국방군이 홀로코스트의 일부였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메가기의 『히틀러 최고사령부』(플래닛미디어, 2008, 2017)은 독일 장군참모집단에 내재된 조직론적 문제와 비효율성을 짚어내었으며, 볼프람 베테의 『독일 국방군』(미지북스, 2011)은 깨끗한 국방군 전설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독일국방군이 홀로코스트의 주체이자 일부임을 폭로하였습니다. 제라드 와인버그의 3권짜리 제2차 세계대전 통사도 독일군과 홀로코스트의 관계를 지적하고 있으며, 독일 군사술의 핵심으로 단기잔의 기동 작전술로 단기결전을 치른다는 '작전적 사고'가 독일군을 파멸로 몰아넣는 기제가 되었다는 연구서도 출간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군의 인물인 만슈타인, 구데리안, 롬멜, 갈란트, 슈코르체니, 폰 루크, 카리우스 등의 회고록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독일군의 시야로 제2차 세계대전사, 특히 독일의 소련 침략으로 시작된 대조국전쟁을 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상에서 독일 애호 경향이 대놓고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독일군 소재의 책은 여전히 시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독일국방군 팬덤의 존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결단코 아닙니다. 이것의 원조는 다름아닌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거대한 시장 덕택에 영미권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관련도서가 출간되었고 일종의 서브컬쳐를 형성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의 말단 정도만 맛보았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영미권의 "깨끗한 독일국방군 전설"의 형성과정과 그것이 미국의 서브컬쳐에 미치는 영향을 깊숙히 파고든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 입니다. 원제 『동부전선의 신화: 미국 대중문화속의 독소전쟁』(The Myth of the Eastern Front: The Nazi-Soviet War in American Popular Culture)은 유타 주립대학의 홀로코스트 연구자인 로널드 스멜서 교수와 에드워드 데이비스 주니어 교수의 공저작입니다. 바로 제가 2017년경에 갑자기 번역충동이 일어서 소개한 그 책입니다.

스멜서 교수는 이전에 여러 연구저작을 발간하였고, 데이비스 교수는 2007년 기준으로 비교적 신예인 교수였습니다. 상명대학교 류한수 교수님의 명성이야 이전에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책은 효율적이고 뛰어나며 홀로코스트와 무관하고 히틀러와 갈등했다는 독일군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적나라하게 파해칩니다.



책은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과의 충돌 대비와 아군이 된 서독을 포용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으로서 수백명의 장교 전범 중 대다수를 석방하게 되는 과정, 서구 군대 특유의 "적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한다"라는 관념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과정, 깨끗한 국방군 전설의 서사를 만들고 전파하는 과정, 미국인의 반공주의와 러시아혐오증이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 장성들이 가진 극우 인종 이데올로기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써먹는 과정, 베트남전 전후 독일군이 미군 개혁의 모델이 되며 각종 통계수치 활용으로 독일군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여러 연구들이 독일국방군과 홀로코스트를 분리하며 독일군 찬양에서 죄책감을 거세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서방세계의 일부가 된 독일국방군 장교단의 회고록에서 드러나는 자기미화의 서사와 그것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자기 관할 구역인 크림반도에서 아인자츠그루펜이 자행한 유대인 90,000명의 학살을 외면하고 오히려 아인자츠그루펜에 학살하고 약탈한 유류품을 나눠달라고 한 만슈타인, 히틀러에게 엄청난 부동산을 받아챙긴 구데리안, 슈투카 에이스이자 진성 나치였던 루델, 인종주의적 관점을 대놓고 회고록에서 드러낸 멜렌틴 등이 만들어낸 서사 말입니다.



특히 책이 다루는 것은 미국의 밀리터리 서브컬쳐입니다. 역사학 전공자나 학계 사람이 아니면서도 그저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에 대한 팬심 하나로 1차사료까지 참조하며 독일군 팬보이 서적을 써댄 사람들(이른바 ‘본좌’들)이 열거되며, 그들이 가진 인종 이데올로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 뒤에는 한때 국내에서도 소스로 인용된 적이 있던 악퉁판처닷컴을 비롯한 군사동호인 사이트들이 분석 대상이 되며, 인터넷상 독일군 애호가의 심리와 사상을 오프라인의 독자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책의 묘미입니다. 이들의 책에서 독일군 팬덤과 리인액터들은 독일군 계급체계를 가지고 군대놀이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책에서 한 리인액트먼트 단체가 독일군 참전자를 모셔와 열심히 리인액트를 했는데, 참전자가 "다들 너무 뚱뚱하다."라고 한 부분은 실소를 터트릴 만할 대목입니다. (제 동생은 이런 얘기를 해 주자 "그럼 그냥 군대를 가!"라고 했습니다. ㅋㅋ)



이러한 폭로는 군사 서브컬쳐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만큼, 아마존에서 책에 대한 별점테러를 낳았습니다. 깨끗한 독일국방군의 실체를 다룬 볼프람 베테의 책이나 오메르 바르토프의 책에 달린 별점테러보다 더 많이요. 대게 "학자라고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마라!", "저자들은 PC충이 틀림없다!", "학자면 다냐!"등의 불만 가득한 아우성입니다. 자기들은 나치즘과 무관하게 순수한 취미가일 뿐인데, 왜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냐는 겁니다.



아마존에 달린 별점테러들처럼, 자신을 순수히 나치즘 및 인종주의와 무관하게 자기 취미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이 책을 매우 불편하게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17년 미국 버지니아주 살러츠빌에서 일어난 사태를 생각하면, 취미생활이 공격당했다는 불편함보다 더 경각심이 더 앞서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샬러츠빌에서 남부연맹의 영웅 로버트 E. 리의 동상이 인종주의의 상징이 되며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찬성 시위대와 극우 반대 시위대가 격렬히 충돌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극우 시위대의 제임스 알렉스 필즈 주니어라는 자가 자기 차를 몰고 찬성 시위대로 돌진해 여러 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필즈는 독일국방군과 무장친위대에 심취한 인물이었으며, 고등학생 시절에 독일군의 전술에 대한 높은 수준의 리포트를 제출한 사람이었습니다. 독일을 자기 조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증이었던 필즈는 역사 선생이 그를 교정하려 애를 썼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필즈는 현재 종신형과 징역 41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저자들이 우려한, 독일군에 대한 애호와 극우 인종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사태가 실제로 일어난 버린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군사 분야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더 높은 지적 저변으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계기로 삼으신다면 불편함을 딛고 더 큰 발전을 이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에서 분석하는 독일군 애호 인터넷 사이트들은 거의 10년도 더 옛날 사이트들로 접속이 안되는 사이트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른 아쉬운 점일면, 이 책이 한 10년 전에 국내에 출간되었으면 더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깨끗한 독일국방군 문제로 넷상에서 떠들석하지는 않으니 많입니다.



번역의 경우 이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전문가이자, 디펜스코리아에 가입해 글을 쓰며 국내 인터넷 문화에도 익숙한 상명대학교 류한수 교수님이 훌륭하게 해내셨습니다. 작중 역사학자가 아닌 무장친위대 애호가를 Guru라 칭하는데, 이는 힌두교의 영적 스승을 말하는 동시에 비전문가이면서 팬덤에게 숭배받는 지식 전달자를 말합니다. 류한수 교수님은 이 Guru를 깔쌈하게 “본좌”로 번역하였습니다. 또한, 생소한 인명이나 용어에는 다 역자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찬탄을 자아낼 세심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성재거사님의 『8월의 폭풍』 서평 8월의 폭풍

『8월의 폭풍』 서평

고맙소! 고맙소!

많은 서평은 소비에트 군사과학 논의의 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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